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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가소개
최고은

‘최고은’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이다. 그래서 선악의 판단을 넘어 자신을 내보이는 행위 그 자체로 주변을 매혹한다.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, 세상에 자신 안의 무언가를 내놓을 때 가장 기뻐하는 사람. 그 어느 때보다 작업할 때의 자기 자신을 가장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.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. 회화와 조소, 퍼포먼스, 디자인, 영상을 넘나드는 표현 도구를 지닌 그녀.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? 이 사람의 가장 멋있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, 이곳에 초대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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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가소개
최고은

‘최고은’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이다. 그래서 선악의 판단을 넘어 자신을 내보이는 행위 그 자체로 주변을 매혹한다.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, 세상에 자신 안의 무언가를 내놓을 때 가장 기뻐하는 사람. 그 어느 때보다 작업할 때의 자기 자신을 가장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.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. 회화와 조소, 퍼포먼스, 디자인, 영상을 넘나드는 표현 도구를 지닌 그녀.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? 이 사람의 가장 멋있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, 이곳에 초대했다.
큐레토리얼 에세이
- 지금 여기서 가장 매력적인

우리 일상의 수많은 부분을 바꿔 놓은 ‘코로나 바이러스’는 기존의 주류였던 오프라인 전시를 이어 웹 전시가 하나의 대안이자 새로운 장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.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웹 플랫폼을 통해 더욱 매력적으로 ‘감상’할 수 있는 작품 군은 영상과 텍스트, 디지털 이미지가 아닐까? 기존 온라인 세상에서 우리가 흔한 구글 검색을 통해 ‘관조’ 또는 ‘참고’를 해 온 수많은 조각들이 아닌 ‘감상’을 할 수 있는 작품 말이다.
온라인 세계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감상 대상인 영상, 텍스트, 디지털 이미지, 그 중에서도 영상과 텍스트는 오프라인 전시보다 웹 전시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. 이번 <click, scroll, zoom> 展에 선보여진 영상과 텍스트를 감상할 때에, 관람자들은 직접 전시관에 가서 관람할 때처럼 빔 프로젝터를 통해 틀어진 작품이 다시 시작 부분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거나, 앞 사람이 작품 감상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거나 빨리 자리를 비켜줄 필요가 없다. 이처럼 웹 전시를 통해 더욱 가까이, 더욱 매력적으로 거듭날 작품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.
‘남하연’ 작가의 <영적 자아각성 가이드북>을 감상할 때에 관람객들은 차례로 문을 열 듯, 작가의 일러스트 이미지와 안내문을 따라 입장한다. 그리고 작가가 정리해놓은 가이드북에 따라 마우스를 클릭하며 글 속을 탐험한다.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되었지만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는 일러스트와 텍스트는 작가의 세계관 속에서 조화로이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의 영적 유영을 도울 것이다.
‘최고은’ 작가의 <기호적 발음> 시리즈를 감상할 때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두 영상물을 동시에 틀어놓거나, 각각의 영상을 차례대로 혹은 역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. 작가가 2016년도에 제작했던 동명의 작품을 발전시켜 새로이 작업한 영상물인 <기호적 발음> 시리즈는 2020년에 발 맞춰 ‘코로나 사태’가 우리의 일상에 미친 영향을 관조한다. 담담하게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비추는 <기호적 발음> 시리즈는 작가가 현 시점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날 것의 이야기이기도 하다. <기호적 발음> 속에서 분절되어 전달되는 이야기와 우리의 일상을 차례로 횡단해보자.

큐레이터 박하은
작품 에세이
1 <기호적 발음>
오역을 감수한 한 개인의 서사는 타인에게 어떠한 이미지와 소리로 남을 수 있을까. 본 영상은 작가가 쓴 ‘아파트 9층의 식물원’의 이야기를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. 영상 속 인물은 ‘아파트 9층의 식물원’의 도입부를 읽는다. 그러나 대본은 화자의 모국어로 적혀 있지 않으며, 알파벳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, 완전한 의미의 영어 문장이라고도 할 수 없다. 그 에 따라 화자는 “sun, gan-eul, gam, gag, hal ttae...”와 같이 낯선 언어를 띄엄띄엄 발음 하며 자신이 내뱉은 말들을 관조함에 따라 누락된 의미를 새로이 조합한다.

2 <기호적 발음 : 아파트 9층의 식물원>
‘코로나’가 세계를 정복함과 동시에 사람들은 ‘집’과 ‘동네’에 머물 것을 강요받았다. 각자의 고립된 일상은 개인이 집이라는 장소에 그전보다 오래 머물며 재편성되었다.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이전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된 사람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. 누군가는 보다 두터운 유대감을 쌓았을지도 모르겠지만, 영상 속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 속에서 각자의 고독을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선보인다. 날아가는 새들, 섬, 계속해서 옮겨 심어지는 화분과 같은 고독한 이미지가 묘하게도 집과 가족, 그 안에서 기울어지는 한 개인이라는 오브제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. 이로써, 연작 <기호적 발음>은 우리가 막연하게 어떠한 안전지대 혹은 유대를 쌓아나가는 장소로 여겼던 ‘집’과 ‘동네’, 그리고 ‘가족’의 속성에 대해 다시금 고민 하게 만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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「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.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. 그것도 대개는 썩어있단다.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.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?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. 하늘에는 벌써 튀밥 같은 별들이 떴다.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.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.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. 봐라.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. 그러나, 아버지.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.」
기형도, 「위험한 가계家系」. 『입 속의 검은 잎』, 1969

큐레이터 박하은